'전 여친 스토킹 살인' 김병찬 신상공개..추가로 밝혀진 경찰 대응에 경악(+국민청원)

서울 중구 스토킹 살인범 김병찬/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 중구 스토킹 살인범 김병찬/ 서울경찰청 제공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고 흉기로 찔러 살해한 피의자의 신상 정보와 얼굴사진이 공개된 가운데 범죄를 막지 못한 경찰을 놓고는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취재 결과, 법원은 범행 열흘 전에 김씨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스토킹 범죄"라고 명확하게 규정했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김씨를 입건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 11월 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옛 연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B씨는 20일 대구에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집요한 스토킹 끝에 살해된 서울 중구의 신변보호 피해여성은 사고 발생 전 최소 여섯 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이 범행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있었지만 신변보호에 실패한 것입니다.

데이트폭력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한 30대 남성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데이트폭력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한 30대 남성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11월 22일 피해여성 A씨의 직장동료들에 따르면, A씨는 전 남자친구 B씨와 헤어진 이후 약 11개월간 흉기를 통한 지속적인 협박과 스토킹, 괴롭힘을 당해왔습니다. “다시 만나달라”는 요구였습니다. A씨는 부산에서 근무하던 지난해 말 B씨를 주거침입으로 경찰에 한 차례 신고했는데, 서울로 근무지를 옮긴 이후에도 스토킹은 지속됐습니다. 서울로 옮긴 이후 A씨가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며 경찰에 정식 신고한 건수는 모두 5번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B씨에게 경고를 하고 돌려보내거나 추후에 조사를 진행하기로 하는 정도로 대응했습니다. 서울에서 첫 신고가 접수된 6월26일 에는 구두 경고를 하고 B씨를 돌려보냈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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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이어서 B씨를 지하철역까지 격리하고 경고장을 발부한 뒤 피해자에게 신변보호에 대해 안내했다”고 밝혔습니다.

계속된 스토킹에 A씨는 11월 7일에 B씨가 찾아와 힘들다는 취지로 두 번째 신고했고, 이날 경찰은 A씨를 임시 숙소에 인계하고 신변보호를 시작했습니다. 추가로 A씨는 8일에 주거지에 짐을 가지러 가야 한다며 경찰에 동행을 요청했고, 9일에도 B씨가 회사 앞에 찾아와 만났다 헤어진 상황이라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날 법원은 B씨에 대해 100m 이내 접근 금지, 정보통신 이용 접근 금지 등의 잠정 조처를 내렸습니다.

김병찬이 피해자 회사로 갔을 때, 그 둘을 분리한 것도 지인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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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지인/음성변조 : "너무너무 무서움을 저희도 느꼈거든요. 저희가 (김병찬을) 떼어내고 신고를 하라고 했어요, 경찰에..."]

이렇게 A씨가 공식적으로 신변보호를 받게 된 지난 7일 이후에도 입건은 미뤄졌습니다. 

경찰은 “피의자가 임의동행을 거부했다”며 “현행법상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피해자 보호에 주력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은 B씨에 대한 조사 일정을 신변보호 이후 2주 가량 11월 20일로 잡아놨고, B씨는 조사 예정일 하루 전인 19일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신변보호 조치의 하나로 스마트워치가 지급됐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스마트워치 지급 이튿날인 11월 9일 점심시간에 B씨는 A씨의 회사 인근에 나타났고, 해당 사실은 경찰에도 신고됐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B씨에 대한 조사를 별도로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A씨는 당일 지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너무 무서웠다”며 “수사관이 자꾸 증거를 달라고 한다. 증거가 없어 움직이지 않는 거 같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당일(9일) 오후 3시쯤 법원으로부터 A씨에게 100m 이내 접근금지, 정보통신 이용 접근근지 등의 ‘잠정조치’ 통보를 받아 관련 내용을 알려줬다”면서 “일단 피해자 진술이 우선이어서 (가해자 조사보다) 먼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A씨의 직장동료들은 “법원으로부터 정보통신 이용 접근금지가 내려진 이후인 11일에도 B씨에게 전화가 와 수사관에게 말하기도 했다”며 “결국 A씨 스스로 B씨 번호를 수신차단했다”고 전했습니다.

사건 당일인 11월 19일 오전 11시29분과 11시33분 A씨는 두 번에 걸쳐 긴급호출을 눌렀지만 경찰은 최초 신고 후 12분이 지나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A씨가 이미 흉기에 찔린 뒤였습니다. 경찰은 신고자가 스마트워치로 호출한 위치값에 근거해 출동했다고 설명했지만, 신변보호 대상 지정시 이미 주거지를 알고 있었던 만큼 초동조치가 좀 더 빨리 이뤄질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경찰이 곧바로 A씨의 집으로 출동할 수도 없었느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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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이 부분이 가장 아픈 부분”이라며 “직원이 애초에 그런 조치(주거지 수색)를 취했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개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효율적이고 정교한 스토킹 범죄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B씨에 대해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범행 대부분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씨는 지난 21일 오후 11시쯤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살인혐의로 조사를 받던 도중 혀를 깨물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A씨를 살해한 '스토킹 살해' 피의자는 B씨는 35살 김병찬입니다.

서울 중구 스토킹 살인범 김병찬/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 중구 스토킹 살인범 김병찬/ 서울경찰청 제공

 

이러한 경찰의 부실대응에 유가족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피해 여성의 남동생은 11월 24일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렸습니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계획적이고 잔인한 스토킹 살인범에게 살해당한 고인과 유족의 억울함을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습니다.

국민청원
국민청원

 

자신을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의 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 A씨는 "저는 국민 여러분들과 같은 보통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가족이 살해당할 것이라고는 상상 한 번 해본 적 없었는데, 2021년 11월 19일(금) 감당할 수 없는 비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며 운을 뗐습니다.

A씨는 "누나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한 치밀하고 잔인한 살인마에게 희롱 당하다가 흉기에 수십 차례 찔려 꽃다운 나이에 비참하게 살해당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괴롭힘을 당하는 과정에서 누나는 살기 위해 경찰에게 수차례 도움을 요청하였고 나라가 제공한 피해자 보호 제도를 굳게 신뢰하였다"며 "생전 누나는 걱정해 주는 친구들에게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를 받고 '나에게는 만능 시계가 있다', '경찰청이 바로 코앞에 있어서 신이 도우신 것 같다'라고 얘기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러나 허울뿐인 피해자 보호 제도는 누나를 살인범으로부터 전혀 보호해 주지 못했고, 누나는 차가운 복도에서 고통 속에 홀로 외롭게 세상을 떠나야 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A씨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대통령님 이 살인범은 누나를 무참하게 살해하고, 누나가 신고하지 못하게 핸드폰을 빼앗았으며 위치 추적하지 못하게 강남 한복판에 버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아직도 이 살인범은 반성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자기 형량을 낮출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 이 살인범은 반드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라며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또 그는 "지난 7일 살해 위협을 받아 신고 뒤 조사를 받을 때 누나가 횡설수설하자, 경찰관이 '진짜 협박 받은 거 맞냐'고 되물었다고 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같은 날 김병찬이 누나의 차에서 자고 있었는데도, 경찰은 임의동행 거부 시 강제할 수단이 없다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그는 "세상엔 맛있는 것도 많고, 즐길 거리, 볼거리가 많은데, 이제 저희 누나는 그것 중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너무나도 불쌍하고 억울하게 떠난 저희 누나의 사건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해당 국민청원 링크입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602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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