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광고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시공사 HDC 현대산업의 결정적인 4가지 문제점

연합뉴스. jtbc

‘주택 명가’를 표방해온 HDC현대산업개발이 출범 22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두 번의 대형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이라는 회사명과 주거브랜드 ‘아이파크’는 물론 HDC그룹 전체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습니다. 

사고뿐만 아니라 HDC 현대산업의 대응에 소비자는 더욱 분노 했습니다. 그들의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킨 대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형식적인 사과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 현장에서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오른쪽)와 임직원들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광주=뉴시스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 현장에서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오른쪽)와 임직원들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광주=뉴시스

 

유병규 대표이사가 1월 12일 오전 현장에서 달랑 한 장 짜리 짧은 사과문을 낭독하고 자리를 뜨려고 하였습니다.  이에 기자들이 '질문은 받지 않느냐.'고 묻자 유 대표는 "사고 원인 규명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 더 이상 말할 수 없다." 라는 형식적 답변만 남기고는 실종자 가족을 면담하고 위로하는 등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고 떠나버렸습니다. 

유 대표이사등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의 보여주기식 사과 태도에 화가난 일부 실종자 가족들이 쫓아가 항의하자 유 대표이사는 "죄송합니다. 빨리 수습하겠습니다."는 억지 사과를 대충 던지고는 도망치듯 떠나갔습니다.  이에 실종자 가족들이 분노하여 "미안하다고 하면 뭐 하느냐. 할 도리부터 다하라."라고 소리쳤고,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시민 분노가 큰데 현대산업개발은 사과문 한 장만 달랑 발표했다." 라며 비판했습니다. 

같은 달 16일에는 본 사고 이후 현대산업개발의 재건축 시공을 반대하고 있는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주민들에게 대표 명의로 자필 사과문을 보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 철저히 자본주의적으로 손익만 따진다면 '더 중요한' 고객은 관양동 쪽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이걸 막지 못하면 현대산업개발이 계약한 전국 65곳에 계약 해지 파문이 확산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번 참사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면서 이익이 되는 계약을 중시하는 모습만 보여 오히려 이미지가 깎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17일 정몽규 회장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그런데 기자들의 재시공 질문중에 "외부 전문가와 당국과 상의해서 안전점검 후 문제가 있다면 수분양자에 대한 계약 해지와 완전 철거,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말하였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해당 참사의 붕괴 현장은 육안으로만 봐도 외부 전문가와 당국과 상의해서 안전점검하는게 아니라 철거를 해야합니다. 철거해버리고 재시공이 아닌 두리뭉실하게 무너지지 않은 하단부를 냅두고 무너진 곳만 보강하여 다시 짓겠다는 여지를 남긴것.

2. 겨울철 콘크리트 양생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타설 작업 및 거짓 해명

유병규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기자의 질문을 받아 답하고 해명하기를 거부했는데, 반대로 현대산업개발 홍보팀은 '화정동 아아파크 아파트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충분한 양생 기간을 두지 않았습니다.'는 보도가 불편했는지 반박 해명문을 각 언론사에 보냈습니다. 홍보팀이 맞춤법 검사도 안 하고 해명문을 급하게 작성해서 언론사에 보냈는지 띄어쓰기 상태가 썩 좋지 않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 홍보팀 입니다

 

현재 보도되는 기사 중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1) 공기가 지연돼 서둘러 공사했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공기보다 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진행되고 있었던 상황이라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공사계획에 맞춰서 공사가 진행되었으며, 주말에는 마감공사 위주로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2) 충분한 양생을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릅니다.

사고가 난 201동 타설은 사고발생일 기준 최소 12일부터 18일까지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습니다. 아래층인 38층은 사고일 기준 18일의 양생이 이뤄졌으며, 39층 바로 밑의 PIT층 벽체또한 12일간의 양생 후 비로서야 1월 11일 39층 바닥 슬래브 타설이 진행됐습니다. 이는 필요한 강도가 확보되기 충분한 기간입니다.

  • 12/24 38층 벽체 및 지붕 슬래브(PIT 층 바닥 슬래브) 타설 (18일 양생)
    (25~30일 철근조립 및 거부집 설치)

  • 12/30 PIT층 벽체 타설(12일 양생)
    (12/31~ 1/10 신정기간, 철근조립 및 거푸집 설치)

  • 01/11(사고발생일) 39층 바닥 슬래브 타설

  • 참조 : 201동 38층과 39층 사이에는 PIT층(설비 등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층)이 존재
    감사합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의 해명대로 제대로 양생하고 충분히 기간을 두어 제대로 공사를 진행했다면, 공사 절차는 잘 지켰지만 쓰레기 수준의 자재를 사용했거나 아니면 콘크리트 배합 불량 상태로 공사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는 입을 닫고 뒤에서 언론에게만 자기들이 불편한 부분에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그 해명마저도 신뢰성이 낮아 한동안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1월 15일,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201동 콘크리트 타설 일지를 확보하여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이를 보면 35층부터 PIT 층까지 5개 층이 각각 6~10일 만에 타설되었으며, 이에 따라 "12~18일 동안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는 HDC 현대산업개발 측의 해명은 신빙성을 잃게 됐습니다.

게다가 같은날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에 의하면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에는 콘크리트가 양생될 때까지 그 하중을 견디도록 아래 2~3층에 걸쳐서 '동바리'라고 불리는 지지대를 설치해야 하는데 사고 현장의 붕괴 잔해에서는 동바리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3. 사과문 발표 당일(1월 12일)에 김앤장을 선임하여 법정 공방 대비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1월 14일 HDC현대산업개발이 1월 12일 3대 로펌 김앤장과 회의를 진행하고 법률 자문과 형사 대응을 맡기기로 합의한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따라 김앤장은 진행 중인 수사는 물론 향후 재판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의 변호를 맡게 될 전망입니다.

김앤장은 이 사건에 지난해 초부터 운영 중인 총 100여명 규모의 '중대재해 대응 그룹'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다른 3대 로펌 태평양도 상황 파악을 위해 이례적으로 직접 현장을 찾아 살피는 등 수임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선 HDC현대산업개발이 김앤장과 태평양 등 대형 로펌을 다수 선임해 이번 사고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병규 대표이사는 1월 12일 오전에 광주 사고 현장에 내려와서 기자들에게 "사고 원인 규명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 더 이상 말할 수 없다."라고 형식적인 답변만 던진 채 기자 질문 답변도 받지 않고 도망치듯 현장을 떠났다. 기자들 앞에서는 사고 원인 규명에 만전을 다하고 있어 자세한 설명을 못하겠다는 기업이 사과문 발표 당일(1월 12일)에 뒤에서는 대형 로펌을 선임해 사고 이후 법정 공방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자 사고 원인 규명, 피해자 보상 대책, 재발 방지 대책 강구 등 이번 붕괴 참사에 최선을 다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도 모자랄 판국에 본인 기업 손실액만 최소화할 궁리나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한편 자신을 화정 아이파크 2단지 예비 입주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아직 사고 수습조차 되지 않은 와중에 대형 로펌을 선임한 현산을 비판하고 전면 철거 및 재건축을 촉구하는 글을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4. 품질관리자 현장 배치 기준 미달 의혹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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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5일 JTBC 뉴스룸은 현대산업개발이 공사현장에 적절하게 품질관리자를 배치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해당 보도에서 현대산업개발에서 10년 정도 근무한 제보자에 의하면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같은 대형 공사의 경우 품질관리자 세 명을 배치해야 하는데 실제로 세 명이 할 업무를 한 명이 하고 나머지 두 명은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현산 측은 해당 의혹을 부인했지만 다른 대기업 건설사에서 근무한 다른 제보자도 품질관리자 수를 부풀려 보고하는 것은 업계 관행이며, 심지어 공사 일정을 강제로 앞당기기 위해 콘크리트 양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속 작업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폭로하였습니다.

이런 대응으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등장했습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경기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단지엔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 테니 제발 떠나주세요’라는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이 단지는 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이 시공권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추가로 다른 지역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이름에서 아이파크를 빼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영통&반정 아이파크 캐슬 3~5단지는 화정 아이파크와 비슷한 2022년 말에 완공 및 입주가 예정되었던 곳이기 때문에 자기 동을 짓는 건설사가 현대산업개발인지 롯데건설인지를 두고 입주 예정자들의 문의가 빗발쳤습니다.

이쪽은 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의 컨소시엄이 계약을 따냈지만 계약은 현대산업개발 측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로 인한 가치 하락은 어차피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에도 순전히 불안해서 원성이 터져나왔던 것. 이 정도로 아이파크의 브랜드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가망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수습이 되고 잠잠해진 이후 회사명과 브랜드명 변경에 나설 것이라 관측하고 있습니다.

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가총액이 나흘 동안 4580억원 증발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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