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면 우리는 죽어"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이란 정부, 국가대표 '살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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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유럽의 웨일즈를 2골차로 꺾으며 역사를 새롭게 기록한 이란 국가대표 선수들이 귀국 후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와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16강 불씨 살아났는데...'걱정 가득' 눈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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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와의 1차전에서 2-6 대패를 당했던 이란은 2022년 11월 25일(한국 시간) 조별 예선 2차전에서 잉글랜드와 같은 영국 연방인 웨일스를 2-0으로 제압하며 설욕에 성공했습니다.

웨일스 골대를 두 번이나 맞출 정도로 골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연속골을 터뜨리며 이번 대회 귀중한 첫 승을 거둔 이란은 이로써 월드컵 본선 6회 진출 만에 처음으로 조별리그 통과의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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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경기로 이란의 선수들은 월드컵 무대 최초 2골차 승리를 거뒀고 정국 혼란으로 마음이 복잡할 자국 팬들에게 간만의 기쁨을 선사했습니다.

아르헨티나를 꺾은 사우디아라비아, 독일을 누른 일본에 이어 아시아 국가로는 이번 대회 3번째로 승리를 맛 본 이란은 1승 1패 승점 3점을 기록, B조 2위로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이란 대표팀이 승리를 만끽할 새도 없이 그들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은 걱정이 가득한 모습입니다.

어지러운 조국, 연대하는 선수들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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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영국 매체 더 선 등은 "이란 선수들이 고국에 돌아가면 반정부 행위자로 분류돼 징역 등 각종 처벌을 비롯해 심각하게는 처형될 가능성까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더 선은 "이란의 웨일즈전 2-0 승리로 아시아가 함께 기뻐하고 있지만, 정작 이란 국민들과 선수들은 마음껏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히잡 시위, 반정부 시위의 일환으로 국가 제창을 거부한 이란 선수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최고 사형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앞서 이란 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자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연대한 행위에 처벌이 뒤따를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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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애국심으로 우렁차게 국가를 제창하는 다른 나라 국가대표 선수들과는 달리 웨일스와의 조별리그 경기 시작 전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크게 울려퍼지는 국가에도 입술을 작게 움직이며 소극적으로 따라 부르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매체는 "이 같은 모습은 조별리그 1차전인 잉글랜드와의 시합에서 이란 대표팀 선수들이 국가 제창을 아예 거부했다가 당국으로부터 거센 비난과 압력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제창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란 현지 매체
이란 현지 매체

이란 선수들은 앞선 2022년 11월 21일(한국 시간) 1차전 경기 시작 전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으며 자국의 반정부 시위에 연대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한 채 침묵을 유지하자 현지의 이란 국영 TV는 일시적으로 생중계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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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관중들은 일부러 이란 국가가 묻히도록 고함을 질렀고 관중석의 한 여성은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도록 얼굴에 분장을 하고 '마흐사 아미니'의 이름을 적힌 옷을 들고 있기도 했습니다.

웨일스전을 앞둔 경기장 밖 곳곳에서 이란 팬들은 친정부파와 반정부파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고, 여성 인권을 외치던 팬은 외신과의 인터뷰를 방해받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었습니다.

피 흘리는 이란→국제사회 우려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2022년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숨진 채 발견되자 이란 국가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는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물두 살이었던 아미니는 히잡 등 이슬람 율법이 요구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 구금된 후 의문사 당했습니다.

일이 확산되자 아미니가 단속반 직원들에게 심한 구타를 당했다는 증언도 나왔지만 이란 당국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고 경찰은 "아미니가 지병인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라고 주장, 이에 아미니의 가족들은 "고문 후 죽은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란 현지 매체
이란 현지 매체

사건 이후 9월 27일 시위대에 참가했던 국민 하디스 나자피가 시위 중 히잡을 벗자 그 자리에서 보안군에게 총살당하는 참사가 벌어졌고, 이를 기점으로 이란 내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격렬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시위가 확산되자 당국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사상자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2022년 11월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위 과정에서 현재까지 460명 넘게 숨졌고 1,160여 명이 다쳤다"라고 전해졌습니다.

YTN
YTN

이러한 이란의 강경 진압에 대해 국제사회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2022년 11월 24일 유엔 인권이사회 위원장 볼커 투르크는 "시위 강경진압으로 인해 이란이 '전면적인 인권 위기'에 빠졌다"라고 경고하며 유엔인권이사회 특별회의에서 "이란의 인권 유린에 관한 '독립적이고, 치우치지 않으며, 투명한 조사 절차'가 시작돼야 한다"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는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47개 이사국에 "이란이 '어떤 위협도 되지 않는' 비무장 시위대와 주변 시민들을 살상무기를 동원해 진압하고 있다"라면서 "아이들을 포함해 1만 4,000여 시민들이 시위와 관련돼 체포됐다. 이 가운데 최소 21명이 사형 선고에 직면해 있고, 6명은 사형을 선고받았다"라고 보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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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관영 매체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체포된 이들 중에는 유명 이란 배우인 헹거메 가지아니, 카타유안 리아히 등 두 명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시위를 지지한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최근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이 무더기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사회에서는 "이란이 사형 제도를 시위대를 억압하는 용도로 쓰고 있다"라며 거센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기자회견
2022 카타르 월드컵 기자회견

이란 대표팀 주장 에산 하지사피는 월드컵 기자회견에서 "사망자의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싶다"라며 "우리가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 지지한다는 것, 그리고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선수들의 이러한 연대 행위는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인권운동가들은 "선수들이 실제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영국의 더 선 역시 "이전에도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교수형에 처해지거나 처벌을 받은 운동 선수들이 있다"라며 근심을 드러냈습니다.

"목숨 걸렸지만 할 말은 해야겠어"

SPOTV
SPOTV

실제로 2022년 11월 24일 AP 통신은 이란 반관영 매체 파르스와 타스님 통신을 인용해 "축구선수 부리아 가푸리가 이란 정부와 축구 국가대표팀을 모욕하고 반체제를 선전한 혐의로 체포됐다"라고 밝혔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지는 않았으나 과거 이란의 국가대표 간판 수비수로 활약했던 부리아 가푸리는 이전에도 이란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 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연대에 동참한 가푸리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지난 9월 숨진 아미니를 공개적으로 애도하는가 하면 당국에 반정부 시위에 대한 폭력 진압을 멈추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SBS
SBS

쿠르드족 학살 반대 의견 피력 혐의로 체포 당한 가푸리의 소식은 웨일스전을 앞두고 알려졌고 이 소식을 접한 관중석의 이란 팬들은 경기 전 국가가 흘러나오자 슬픔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반 정부 선전을 퍼뜨렸다는 혐의를 받은 가푸리는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명단에서도 정부 개입으로 낙마했다고 밝혀졌습니다.

인스타그램_아즈문
인스타그램_아즈문

이란 대표팀 주장 에산 하지사피는 "우리나라가 처한 여건이 바람직한 건 아니다.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라고 꼬집었고 이란의 간판 공격수 사르마르 아즈문도 대회 전 자신의 SNS에 "이란의 여성과 민중을 죽이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는 글을 올리며 동참했습니다.

2022년 9월 27일(한국 시간) 침묵하는 대표팀 분위기에 실망한 아즈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동안 대표팀 캠프 규정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참다 못해 이제는 말해야겠다"라며 "내 희생은 내 땅의 여성들 머리카락 한 가닥에 불과하다. 사람을 쉽게 죽이는 당신이 부끄럽다. 이란 여성 만세"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이란 정부가 아즈문의 대표팀 퇴출을 요구했다는 의혹까지 일었고 실제로 이란의 월드컵 최종 명단은 예정보다 늦게 발표되어 의심을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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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와의 1차전 종료 후 이란 대표팀 감독인 케이로스는 "내 선수들은 단지 축구 선수일 뿐이다"라며 4점차 대패에도 불구, 험난한 상황에 빠진 자신의 선수들을 위로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제발 우리 선수들이 축구만 하게 해달라. 그들도 이곳에 오는 다른 팀처럼 당당하게 나라를 대표하면서 뛰기를 원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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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로스는 "이란 선수들은 이란 국민들에게 자부심과 기쁨을 선사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엄청난 위기에 빠졌다"라고 토로하며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이어 케이로스는 "지금 우리 선수들이 무엇을 말하거나 행동하면 누군가 그들을 죽이고 싶어한다"라면서 "그들은 오직 나라를 위해 월드컵에서 뛰어야 한다"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FI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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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란 대표팀은 2022년 11월 30일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정치적 앙숙인 미국과 16강행 티켓이 걸린 운명의 한판 승부, 조별 예선 3차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 정세에 큰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는 이란 대표팀이 또 한 번 기적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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