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망합니다...제발 적금 해지 좀”..지역 농협, 직원 한명에 파산위기

 
직썰

한 지역 상호금융기관이 10%대 정기적금 상품을 판매했다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돈이 몰리자 가입자들에게 해지를 요청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직원의 클릭 실수 한 번으로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2022년 12월 7일 상호금융권에 따르면 경상도 소재의 남해축산농협에서는 최근 판매된 정기적금 가입자에게 “해지를 해달라”는 문자를 전송했습니다. 

지역농협, 직원 클릭 실수로 10% 특판 적금 내놨다가…

 
농협

2022년 12월 1일 남해축산농협은 최고 연 10.35% 금리를 적용하는 NH여행 정기적금(12개월 이상~24개월 미만)과 10.10% 정기적금을 비대면으로 판매했습니다. 한도는 없었고 선납이연도 가능했습니다.  일반적인 상품이 연 5.2% 이자인 것을 고려하면 2배 이상인 셈입니다. 

이 소식은 네이버 재테크 카페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고금리 특판에 가입하려는 고객들이 몰려 원래 한도였던 1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한 명이 3~4개씩 계좌를 개설하는 일도 있었습니다.그러자 한 푼이 아쉬운 ‘짠테크족’들로부터 14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몰렸습니다. 이 농협은 당일 오전 9시쯤 사태를 파악하고 해당 상품들의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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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모든 일은 직원의 클릭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남해축산농협 측에 따르면 두 정기적금 상품은 원래 지역 고객들을 상대로 대면 판매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직원이 상품 등록 과정에서 ‘비대면 미취급’이란 버튼을 누르지 않았고, 결국 이 상품 가입이 온라인을 통해 열렸다는 것입니다. 남해축산농협 A전무는  “여기가 시골이다 보니까 약 50명 정도 고객에게 대면 판매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5800건가량 계좌가 개설됐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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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목표보다 100배 많은 1000억원 이상의 예수금이 몰렸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따져도, 만기일이 되면 100억원대 이자를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농협 관계자는 “만기가 됐을 때 그만한 돈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현재 상태로는 안 된다”고 전했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남해축산농협 출자금은 약 73억5300만원, 현금 자산은 3억2900만원에 불과합니다. 같은 해 당기순이익은 9억1200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다 망합니다. 제발 해지해주세요”… 남해축산농협, 10%대 이자로 유혹하다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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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을 파악한 남해축산농협 측은 12월 6일 오후부터 가입 고객들에게 해지 요청 문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순간의 직원 실수로 인해 적금 10%가 비대면으로 열리면서 저희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예수금이 들어왔다. 너무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해 경영 어려움에 봉착했다” “남해 축산농협을 살리고자 염치 없이 문자를 보낸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지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적금 가입 해지는 남해축산농협 측이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해당 상품에 가입했던 고객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직원의 실수로 불거진 일인 만큼 은행 사정을 고려했을 때 해지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계약은 계약이고 은행 측이 실수한 것인데 해지를 왜 해야 하나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12월 7일 오후 5시 기준 현재 가입자 가운데 20% 정도가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60억원가량의 금액입니다. A전무는 “경영이 어려워지면 결국 출자한 축산업 조합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10% 적금 해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말했습니다.

지역 농협이 파산하면 상호금융 예금자 보호기금에 따라 5000만원까지 보장이 가능합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사태를 파악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협 관계자는 "이 상태로는 경영에 큰 어려움이 불가피해 계속 해지를 독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신협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제주 소재의 한 단위신협에서 8% 적금 특판을 열었는데, 한 직원의 착오로 고금리의 자유적립적금이 함께 등록됐습니다. 이 조합에는 100억원 안팎의 자금이 몰렸고, 현재 직원들이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하며 해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고객들 “황당”…금융감독원, 상호금융에 ‘특판자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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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조합에서 이같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자 특판을 찾아 예수금을 넣는 ‘짠테크족’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농협 지역조합에 모두 예수금을 넣었다 이번 일로 해지한 한 고객은 “비대면 가입 알게돼 알람까지 해놓고 들었는데 지금까지 뭐한 건지 싶다”며 “앞으론 평소 다니던 지점으로 대면 가입을 해야 속이 편할 듯 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도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각 상호금융 중앙회에 특판 자제령을 내렸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에 과도한 예금특판을 자제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각 중앙회에 전달 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 자금이 전부 예·적금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고금리 상품 자제를 당부한 것입니다.

각 상호금융 중앙회는 해당 내용을 단위조합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상호금융 관계자는 “금감원의 특판 자제 의견에 따라 각 조합에 지도문서를 보낸 상태”라며 “하루에 이렇게 같은 일이 쏟아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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