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뜻이 뭐에요?"...200년대 패션 트렌드가 갑자기 유행한 이유

 
뉴진스 인스타그램

2022년 봄과 여름, 패션계에서는 Y2K 유행 바람이 불었습니다. Y2K란 Year(연)의 Y와, 1000을 뜻하는 Kilo에서 K를 따서 만들어진 합성어로 2000년대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한 해의 패션 유행을 예고하는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에서는 로우 라이즈부터 미니 백까지, Y2K 패션이 진정한 주인공이었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는 패션 업계에서 금기시되어 왔던 로우 라이즈 패션을 선보이며 Y2K 패션 유행을 예고했습니다. 실제로 유명 연예인부터 다양한 인플루언서들까지 로우 라이즈 패션을 선보이며 MZ 세대의 패션 감각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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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주기는 20년마다 찾아온다는 속설처럼 Y2K는 부모 세대의 20대 옷장을 들여다본 듯한 느낌을 줍니다. △카고바지 △로우라이즈 △조던 신발 △찢어진 청바지 △트레이닝 셋업은 모두 20년 전 패션잡지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Y2K 패션 트렌드는 하나로 정의하기 힘든 특징을 가진다고 말합니다. 2000년대를 풍미했던 스타인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패리스 힐튼의 ‘깔맞춤’ 트레이닝복부터 미국 명문 사립고등학교 학생들의 스타일을 지칭하는 ‘프레피룩’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이들의 스타일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던 90년대와는 다르게 화려하고 일견 과하다는 인상을 준다는 특징을 보입니다. 

Y2K는 명품 업에서뿐만 아니라 패스트 패션 시장에서도 뜨거운 키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 어플 ‘지그재그’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2023년 1월 Y2K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1배 증가했으며, Y2K 관련 상품 거래액은 18배 이상 늘었습니다.
 

가요계도 ‘Y2K’ 열풍

 
멜론

지난 여름 차트를 석권하며 가요계의 뜨거운 신성으로 떠오른 그룹 ‘뉴진스’는 데뷔 컨셉을 Y2K로 잡아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뉴진스 멤버들은 2000년대 유행하던 스포티룩과 프레피룩을 입고 등장합니다. 공식 홈페이지도 옛날 휴대전화 배경 화면을 떠오르게 합니다. CD플레이어 모양의 가방이나 책받침 등 굿즈도 1990년대를 환기시킵니다. 

작년 12월 데뷔한 그룹 ‘아이브’의 신곡 ‘애프터 라이크’의 간주 부분은 1978년 발매된 글로리아 게이너의 디스코곡 'I will survive'를 샘플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곡의 경쾌하고 신나는 복고풍의 리듬은 1997년 가수 진주가 리메이크한 곡 '난 괜찮아'에서도 쓰여 대중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MZ세대와 X세대를 아우르는 연결 고리 같은 음악”이라며 칭찬했습니다. 

지난 8월 공개된 그룹 ‘트와이스’의 타이틀곡 ‘톡 댓 톡(Talk that Talk)’의 첫 화면은 정규편성 전 TV 조정 화면과 비슷합니다. 트와이스 멤버들은 크롭티 셋업에 로우라이즈 미니스커트를 입고 2000년대 초반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을 사용했습니다. 가요계의 Y2K 열풍에 대해 조 씨(경영학과, 20)는 “당당한 모습을 내보이는 컨셉과 음악성에서 젊음이 느껴지고 멋있어서 끌린다”라고 말했습니다. 

 

Y2K, 우리가 새로 쓰는 뉴트로 트렌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촌스럽다’고 평가받던 옷들이 어떻게 다시 유행을 맞이하게 되었을까요?

바로 코로나19 때문에 높아진 콘텐츠 의존도를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SNS나 OTT 서비스 등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지고, 지난 세대의 유명 작품들을 보며 ‘레트로 패션’에 대한 열망이 커진 것입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개성을 중시하고 자신을 과감히 표현했던 2000년 대의 특징이, 자유로움과 신선함을 찾는 Z세대의 심리를 저격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독특한 트렌드에 대해 한양대학교 의류학과 백은수 교수는 단순한 복고풍 유행이 아니라 ‘뉴트로’ 현상이라 분석했습니다.

한양뉴스포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백 교수는 “유행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존의 패션 아이템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식 역시 한정적이다”며,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에 Z세대에게는 생소한 2000년대 패션 아이템을 가미하여 뉴트로 유행이 탄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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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Y2K 트렌드는 젊은 세대가 가진 불안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지금의 사회는 세기말처럼 불안정하고 그러한 불안을 떨치기 위해 분들은 밝고 화려하고 눈에 띄는 것들을 추구한다”며 “지금의 젊은 세대는 세련되고 정제된 것들만 보았기 때문에 2000년대의 복식이나 소품들을 보면 촌스럽고 낯설지만 새로움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저희는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지만 안정감을 주지는 못한다”며 “복고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안정을 주기 때문에 항상 인기를 끈다”라고 말했습니다. 

 

패션 업계 전문가들은 Y2K 유행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유행을 빠르게 접할 수 있으므로, 더욱 다채로운 스타일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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