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서비스 IP사업 ‘마이쿠키런’ 서비스 종료
담당 직원들 “5시간 안에 나가라” 통보 주장
‘해고 없다’는 회사, 해명 후 ‘업무 메신저 정지’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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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지식재산권(IP)으로 만든 신작이 흥행에 성공하며 성장가도를 달리던 게임사 ‘데브시스터즈’가 구설에 휘말렸습니다. 최근 일부 프로젝트를 종료하며 직원들을 당일 해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데브시스터즈, 명절 후 30일 오후 1시 해고통보, 오후 6시까지 나가라고 함. 오후 5시40분 슬랙계정 폐쇄. 오후 5시50분 전사 메일로 조직개편 통보."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중) 

‘쿠키런’ 데브시스터즈, 당일 해고 논란…해명에도 비판받는 이유

 
블라인드에 올라온 폭로글. /해당 글 캡쳐
블라인드에 올라온 폭로글. /해당 글 캡쳐

2023년 1월 30일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팬 페이지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는데 직장인 기반 SNS인 ‘블라인드’에서 마이쿠키런 소속 직원이 "조직원 40여명에게 해고통보를 했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그는 "명절 전 조직개편해서 윗사람들은 승진도 했다"면서 "명절이 지난 후 30일 오후 1시에 통보하고 6시까지 나가라 했다"고 적었습니다.

 

마이쿠키런은 데브시스터즈의 자회사입니다. 쿠키런 IP를 활용한 웹툰과 굿즈 등을 판매하는 팬 플랫폼 사업을 준비해왔습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폭로글. /해당 글 캡쳐
블라인드에 올라온 폭로글. /해당 글 캡쳐

문제가 커지자 데브시스터즈 측은 "시장성 검토 후 '마이쿠키런'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프로젝트 팀원들에게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향후 거취에 대해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며 "당일 퇴사 통보나 슬랙계정, 메일 강제 회수 등은 사실 무근으로 해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성원들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데브시스터즈의 구성원 A씨는 "30일 오후 1시쯤, 구성원들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며 "그 자리에서 장비 등 모두 반납하도록 했고 사내 계정도 끊겼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거취에 대한 개별면담을 했다는데 현재 회사 내 TO는 게임개발 뿐이고 정리된 부서는 비개발 부서라 부서 이동은 힘든 상황"이라며 "그룹장들은 이미 2주 전 사업 정리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하는데 왜 이런 식으로 당일 해고 통보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쿠키런’ 왕국 세운 데브시스터즈에 무슨 일?

 
데브시스터즈
데브시스터즈

데브시스터즈는 지난 2013년 출시한 모바일게임 ‘FOR 카카오 쿠키런’이 흥행 대박을 기록, 2014년 코스닥 시장 입성에 성공한 국내 1세대 모바일 게임사입니다. 쿠키런은 출시 당시 국내에서 ‘러닝 액션’ 장르 열풍을 일으킨바 있습니다. 

하지만 데브시스터즈는 2014년 영업이익 330억원을 기록한 이후, 연결 기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6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쿠키런 이후 이렇다할 흥행 게임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힘든 시간을 보냈던 데브시스터즈는 2021년 1월 출시한 ‘쿠키런:킹덤’이 다시 한번 흥행에 성공하면서 기사회생에 성공했습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킹덤 흥행에 힘입어 2021년 연결기준 매출 3693억원, 영업이익 563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기도 했습니다.

스타 기업이 된 데브시스터즈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데브시스터즈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자료에 따르면 연결 기준 2021년 3분기 615명이었던 인원은 2022년 3분기 859명까지 불어났습니다.

이번에 사업 종료로 인한 당일 해고 논란이 나온 팬 플랫폼 ‘마이쿠키런’을 시작한 것도 2022년 4월부터입니다. 당시만 해도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매김 한 쿠키런:킹덤이 잘 되던 시절입니다. 하지만 이후 경쟁작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쿠키런:킹덤의 입지도 점차 줄어든 것으로 분석됩니다.

적자 전환에 결국…쿠키 왕국, 이미지 ‘타격’ 불가피

 
데브시스터즈
데브시스터즈

고정비가 커졌지만, ‘쿠키런: 킹덤’의 하향 안정화와 신작 가뭄으로 매출 성장은 더뎠입니다. 결국 데브시스터즈는 지난해 1분기 9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 2분기 22억원, 3분기 38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데브시스터즈 분기별 실적 그래프. /데브시스터즈 제공
데브시스터즈 분기별 실적 그래프. /데브시스터즈 제공

업계에선 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 킹덤’의 매출 하향에 따른 실적 감소로 조직 개편 및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입니다. 조만간 나올 지난해 연간 실적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보니 그동안 공격적으로 확장한 사업 일부를 정리하고 인력 효율화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 형식은 조직 개편이지만 실은 해고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은 대규모 조직 개편입니다. 팀이나 사업부를 폐지하고 소속 인원을 전환 배치하는 식입니다. 이들이 모두 다른 부서로 배치받아 성공적으로 새 업무에 적응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운영체제(iOS) 플랫폼 개발자가 클라우드 서비스 관리자로 이동하는 등 기존과 전혀 무관한 직무로 배치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데브시스터즈가 조직개편 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하진 않았더라도, 회사를 향한 도덕적인 지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를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그 여전함이 환장스럽다. 이런 일에 분명히 대응하려고 국회의원이 됐다"며 "사측의 설명을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중소 게임사에 더 매서운 겨울…실적 악화에 구조조정 찬바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게임업계의 ‘고용불안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보통 프로젝트 따라 움직이는 게임업계 특성상, 해당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프로젝트 끝나기 전에 이직할 곳을 구하면 되니까요.

문제는 프로젝트가 갑자기 엎어지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보통 게임사들은 프로젝트가 엎어지면 해당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대형 게임사들은 임시 TF 등에 직원들을 보내고 다른 프로젝트 일자리를 알아봐주기도 하지만, 다른 팀으로 재배치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한 개발자는 "다른 팀으로 재배치되기 위해서는 일종의 면접 등을 거쳐 능력을 증명해야하는데, 사실상 새롭게 일자리를 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대기발령 상태로 버티는 직원들도 일부 존재하지만, 대다수는 얼마버티지 못하고 퇴사하게 됩니다. 커리어가 꼬이는 것이 더 두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게임사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상당히 짧은 편에 속합니다. 상장된 국내 주요 게임사 20여곳의 최근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평균 근속연수는 약 3.5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데브시스터즈의 평균 근속연수는 1년8개월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지난 2020년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500대 기업 가운데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312개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11.1년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게임업계 근속연수는 일반적인 기업들의 3분의1 정도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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