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봐줘, 빨리 영장쳐라"...조민 발언에 정유라가 분노한 진짜 이유

SBS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재판에 출석해 "나름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밝히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씨가 "더는 못 봐주겠다"며 비판하며 두 사람이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3월 16일 정 씨는 조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허가 취소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제 나름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등의 발언을 한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조민 "나름 최선"…정유라 "난 변명도 못하고 다 취소됐어"

정유라 페이스북
정유라 페이스북

정 씨는 "검찰 빨리 영장 치시라. 저한테 했듯 똑같이 하시라"며 "이 말도 안 되는, 좌파가 지배하는 것 같은 세상 더는 못 봐주겠네. 내일부터 당장 조민 의사 취소 안 되면 저도 다른 운동선수들 물고 늘어져서 출석 안 한 사람들 학위 다 날려버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김연아, 박태환 세계적인 선수들이다. 근데 우리나라 법에 잘하는 운동선수는 봐줘도 되고 못하는 선수들은 출석 안 하면 처벌받는다는 법이라도 있나"라며 "학위 반환 소송도 해보겠다. 억울해서 못 살겠다"고 전했습니다.

정 씨는 출석 일수가 부족한데도 청담고를 졸업했고, 이화여대에서 학점을 받았습니다. 그는 입시 비리로 2016년 12월 청담고 입학을, 이듬해 1월 이화여대 입학을 취소당했습니다. 모두 1심 판결이 나오기도 전의 일입니다.

정 씨는 조 씨에게 "팔자 좋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의사 되네 마네 가지고 법정 싸움도 할 수 있고. 나는 변명할 틈도 없이 싹 취소됐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증인 요청해 법정 나선 조민…"스스로 최선 다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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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정 씨 사례와 달리 고려대와 부산대는 조 씨 어머니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후에야 조 씨의 입학 취소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조 씨는 이날 재판에 출석해 "이번 일을 겪으면서 부모님이나 제가 가진 환경이 유복하고, 그런 것으로 인해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더 혜택을 받고 컸다는 걸 알게 됐다"며 "언론의 잇따른 허위 보도 등으로 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허세와 허영심만 있고 노력은 하나도 없는 사람'으로 비쳤다. 저는 제 나름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걸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면서 "판사님께서 기회를 주신다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산대는 지난해 4월 조 씨의 의전원 입학을 취소했습니다. 당시 부산대 측은 "신입생 모집 요강에 '허위 서류를 제출하면 입학을 취소한다'고 명시한 점과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이 위조 또는 허위라는 법원 판결을 들어 신입생 모집 요강에 따라 입학 취소를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씨 측은 부산대를 상대로 입학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과 함께 해당 처분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가처분 사건에서 조 씨 측 신청을 일부 인용해, 본안소송 선고일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입학허가 취소 처분 효력을 정지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날로 증인신문 등 변론을 끝내고 다음 달 6일 오전 10시에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민과 정유라의 설전..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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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씨와 정유라씨가 방송과 SNS에서 쏟아내는 말들이 점입가경입니다. "저는 떳떳하다."(조민), "니 욕이 많겠냐, 내 욕이 많겠냐. 니가 억울할까, 내가 억울할까"(정유라). 한번 입을 연 두 사람은 이미 작심이라도 한 듯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한들,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내 인생을 살겠다는 결기가 느껴집니다.

물론 이 두 사람도 자신을 향한 따가운 시선을 모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2022년 4월에 SNS를 시작했던 정유라씨는 악플들에 지쳐서 "더는 게시물을 안 올리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분했는지 자신을 비난했던 ‘좌파’들을 반격하는 글을 SNS에 올려왔습니다. "지난 5년간 ‘좌파무죄 우파유죄’였잖아요"라던 그의 항변은 ‘좌파’들에 의해 대역 죄인이 되었던 분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먹방’ 사진도, 스키 타는 모습도 올리는 조민씨를 향해서는 "엄마 감옥 가도 아무렇지 않게 사는 멘탈 부럽다"면서 "나도 엄마 감옥 가도 아무렇지도 않게 스튜디오 사진 찍고 공방 다니는 멘탈로 인생 살고 싶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습니다. 정유라씨의 마음속에는 자신만 몹쓸 인간으로 내몰리고, 심각한 입시부정을 저질렀던 조민은 팬들의 응원을 받고 즐거운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한 억울함이 차고 넘치는 듯합니다.

세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에는 조민씨도 뒤지지 않습니다. 지난 1월 인스타그램을 개설하며 자신의 얘기들을 올리기 시작한 조씨는 김어준 방송에 출연해서 분명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지난 4년간 조국 전 장관의 딸로만 살아왔는데 아버지가 실형을 받으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떳떳하지 못한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면서 "저는 떳떳하다"고 단언했습니다. "입시에 필요한 항목들에서 제 점수는 충분했다"며 "의사 자질이 충분하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습니다.

자신의 입시부정에 대한 사과의 말은 한마디도 없이 너무도 당당해 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들을 허망하게 만듭니다. 이럴 것이면 대체 재판은 무엇하러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사법부가 내린 1, 2, 3심의 판결문은 아무 의미도 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한 것일까.

표창원 유튜브
표창원 유튜브

이 두 딸의 어머니는 모두 감옥에 있습니다. 조씨의 어머니 정경심 전 교수는 딸의 입시비리 등으로 징역 4년의 확정 판결을 선고받아 수감 중입니다. 여기에 조국 전 장관과 함께 받은 다른 재판의 1심에서 아들 입시비리로 징역 1년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정씨의 어머니 최서원(최순실)씨는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총 2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다만 어깨와 척추 수술 이후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형의 집행이 일시적으로 정지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모친들이 처해있는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두 딸의 처신은 인간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부모와 자식이라 하셔도 각자의 인생을 사는 것이니, 어머니가 감옥에 있다고 죄인처럼 지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사회적 지탄과 법의 심판을 받게 된 행위들이 있었던 시절, 두 사람의 자아는 아직 충분히 성숙되지 못했을 나이였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어떻게든 남들보다 좋은 학교, 좋은 진로를 위한 욕심 때문에 별다른 죄의식 없이 부모들이 하라는대로 했을 수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것이 무척 길기에, 잘못을 했더라도 반성하고 다시 일어선다면 우리 사회는 이들을 포용할 정도의 품을 갖고 있습니다. 당사자들로서는 사회가 자신들에게 찍어버린 낙인이 뼈아프겠지만 아직 너무도 젊은 나이 아닌가요.

반성할 것은 하고 다시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면, 격려를 하면 했지 거기다가 매몰차게 쓴 소리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떳떳하다고 강변하고 서로가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는 최소한의 반성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가 감옥에 있는데 저러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솔직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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