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의 보물 파베르제 달걀
왕실 대를 이어 수집하는
'유럽 장식미술의 최정점'
50개 중 6개는 '행방불명'
고물상이 '440억원'에 판매

에이앤이 네트웍스 코리아, 영화 ‘오션스 트웰브’

1800년대 후반, 러시아 왕실에 시집간 덴마크 공주가 향수병에 시달릴 때마다 위로가 돼준 건 다름 아닌 달걀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달걀로 불리는 ‘파베르제의 에그’입니다. 영롱한 보석의 화려함과 유려한 곡선미를 감상하며 공주는 지독한 외로움을 달랬다고 합니다.

파베르제는 올해로 181주년을 맞이한 하이 주얼리&워치 메이커입니다. 러시아의 작은 보석 공방에서 시작한 파베르제는 영국, 독일,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 왕실이 대를 이어 수집할 정도로 예술성을 인정받았으며, 까르띠에 (Cartier), 미국을 대표하는 티파니(Tiffany),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불가리(Bvlgari)처럼 러시아를 대표하는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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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영국 국적으로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 스위스 에두아르드앤드모리스 산도스재단, 러시아 파베르제 박물관, 크렘린 무기고 박물관, 미국 버지니아박물관 같은 곳에 가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런 파베르제가 서울 조선팰리스호텔 스위트룸에서 한정판 아트피스 공개회를 열며 한국 시장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러시아서 시작된 장식 예술의 최정점 '파베르제의 달걀'

유럽 장식 미술의 최정점을 자랑하는 파베르제는 세계 각국 왕실의 공식 주얼리로 ‘세기의 러브스토리’를 상징합니다. 대대손손 왕실의 대관식, 결혼식, 부활절 등 의미있는 날마다 주문 제작이 이어져왔습니다.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처음 그 스토리가 알려진 건 1885년입니다.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3세가 황후에게 결혼 20주년을 기념해 선물한 부활절 달걀이었습니다. 황후를 깊이 사랑했던 그는 마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에그 안에 여러 가지 보석을 숨길 수 있게 파베르제 공방의 피터 칼 파베르제에게 특수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앞서 피터 칼 파베르제는 유럽 장식미술의 최고 거장으로, 제정러시아 때 활약한 보석디자이너이자 세공인입니다. 그는 184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보석 세공인의 아들로 태어나, 독일에서 교육받고 금세공을 익힌 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아버지 공방에서 보석 세공 기술을 배웠습니다. 1870년 아버지의 가업을 이으면서 본격적으로 금과 보석 장식품을 만들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정러시아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는 금·은·비취·청금석·공작석 등 다양하고 다채로운 색상의 보석을 주로 다뤘습니다. 전통적인 디자인을 거부하고 파격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작품들을 만드는 데 전념했는데, 그의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유명한 것이 부활절 달걀입니다. 알 공예는 이전부터 유럽에서 발달해왔는데, 파베르제의 손을 거치면서 절정을 이뤘습니다.

파베르제 홈페이지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3세의 제작 의뢰를 받은 파베르제는 달걀 장식 속에 금으로 세공한 닭이 들어 있는 작품인 ‘암탉 달걀(Hen Egg)’을 만들어냈습니다. 선물을 받은 황후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뛸 듯이 기뻐했으며, 알렉산드르 3세의 뒤를 이은 니콜라이 2세도 1895년부터 매년 부활절에 어머니인 태후 표도로브나를 위한 달걀과 아내를 위한 달걀 등 두 개를 주문해 선물했습니다. 이렇게 달걀 장식품은 매년 부활절 때마다 만들어져 황실 가족과 귀족에게 선물로 전해졌습니다.

파베르제 달걀이 매력적인 것은 단순한 달걀 모양에 그치지 않고 그 내부에 시계 또는 기계식으로 움직이는 장식품을 넣거나 외관에 스토리를 담은 장식을 가미했다는 데 있습니다. 큰 알이 작은 알을 품고 또 작은 알이 다른 장식품을 품는 디자인을 통해 정교하고 아름다운 장식미술의 극치를 보여줬습니다. 또 다른 세상을 품은 달걀을 만들어내면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입니다.

 

'행방 묘연한 6개'의 파베르제 달걀

파베르제가 만든 달걀 50개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정답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입니다.

파베르제 홈페이지

깊은 사랑의 의미 때문일까, 희소성과 예술성 때문일까. 지금까지 총 50개가 제작된 파베르제의 황실 달걀은 1917년 러시아혁명 때 일부가 분실되면서 가치가 더 높이 치솟았습니다. 러시아혁명으로 차르 황실을 무너뜨린 공산정권은 돈이 필요해지자 왕조가 가지고 있던 파베르제의 달걀을 공개 매각했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50개 가운데 10개는 러시아 크렘린궁에 남아 있습니다. 그 외에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가 3개를 소유하고 있고, 미국 출판 재벌인 포브스 가문도 한때 9개를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9개를 갖고 있는지는 불투명합니다.

에이앤이 네트웍스 코리아

또한 2014년 미국 고물상이 파베르제 에그인 줄 모르고 샀다가 1887년작 황실 에그로 감정을 받은 작품은 무려 440억원에 팔렸습니다.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이 압수당한 요트에서도 파베르제 에그가 발견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분실된 50개의 황실 달걀 중 6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파베르제는 무엇보다 예술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초청받아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상한 것도, 철도왕 밴더빌트 가문이 시계 에그 제작을 의뢰한 것도, 미국 로스차일드 가문이 결혼식 기념 탁상시계 제작을 맡긴 것도, 독일 공주가 선물받은 파베르제 티아라가 대대손손 내려오는 것도 모두 파베르제의 독보적인 예술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영국 왕실 '6대에 걸쳐 800여 개 수집'

1983년 개봉한 영화 007 시리즈 ‘옥토퍼시’

한국인에게 파베르제 에그가 널리 알려진 건 영화를 통해서입니다. 007 시리즈 ‘옥토퍼시’(1983)에서 제임스 본드는 진품 파베르제 에그를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범죄 영화 ‘오션스 트웰브’(2004)의 주인공들은 이 달걀을 훔쳐 세계 최고의 도둑 자리에 오르기 위해 대결합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파베르제는 181주년을 맞아 한국을 먼저 찾았습니다. 처음 공개한 건 지난해 출시한 ‘180주년 기념 미니 플루티드 18K 로즈골드 에그’. 디자인은 햇빛 각도에 따라 빛과 그림자가 곡선 위로 움직이며, 마치 태양이 빛을 비추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로즈골드를 사용한 브랜드가 파베르제이기 때문에 이 제품에도 로즈골드를 썼고, 태양을 닮은 루비를 정 가운데 세팅했다고 합니다. 특히 테두리에는 105개의 루비가 빛을 뿜어냅니다.

파베르제 홈페이지

하이 주얼리를 수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건 달걀의 가운데가 위아래로 열리는 로켓 형태의 펜던트 목걸이입니다. 귀걸이, 반지, 팔찌에도 적용되는데 달걀 겉면을 기요셰 에나멜링 기법으로 장식해 실크처럼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에그 안에 반지를 넣거나 하트, 네잎클로버 등 의미있는 모티브를 숨겨달라고 의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사파이어, 루비 등 원석을 정교하게 세공한 고가의 에그 주얼리도 있는데 수억원을 호가합니다. 파베르제의 모회사인 젬필즈가 모잠비크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거기서 윤리적으로 채굴한 최고급 루비, 사파이어로 제작합니다.

파베르제 홈페이지

파베르제의 화려한 유색 꽃 주얼리 ‘시크릿가든’은 고(故) 엘리자베스 여왕이 가장 많이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꽃 모양으로 주얼리를 제작한 것도 파베르제가 세계 최초. 마크 샤갈이 묘사한 정원의 꽃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영국 왕실은 지금까지 6대에 걸쳐 총 800여 개의 파베르제 제품을 수집해왔다고 합니다. 파베르제 주얼리는 수백만원대 반지, 수천만원대 목걸이부터 시작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다이아몬드 버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국내에선 현재 VVIP(초우량고객)를 대상으로 예약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파베르제 달걀 가격이 미쳤네", "계란 하나 가격이 뭐 저렇게 비싸냐", "부활절 달걀 꾸미기 수준을 뛰어넘었네", "화려해서 눈이 부실 정도다", "우리 엄마 사주면 환장할 듯", "황후 마음 얻으려면 저 정도 달걀 정도는 만들어 줘야 되구나"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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