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먼저 간 건 내 탓"...무당이 된 배우, 극단적 선택 사실에 모두 오열했다

KBS / MBC

"연예인이 아니면 무당이 될 팔자다" 연예인들의 사주를 듣다 보면 많이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연예계와 무속이 정말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기라도 한 건지 실제 연예인 중에는 촉이 좋은 사람이 많고, 연예인으로 활동하다가 무속인이 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그 중 배우 정호근은 신당을 차리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정도로 유명한 무속인으로 활동 중인데요, 그가 늦은 나이에 무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알려지며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랑받는 악역, 감초 정호근

MBC

1964년생으로 올해 나이 60세인 정호근은 1983년 MBC 공채 탤런트 17기로 데뷔한 중견 배우입니다. 그는 드라마 '이산', '선덕여왕' 등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활동을 펼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는데요, 특히 "속에 악마가 들어있는 것 같은 악역 연기"로 각광 받으면서 악역 연기에 한 획을 긋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사극 속 감초역할로 큰 사랑을 받던 정호근은 2014년 의학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복통으로 고통 받다가 결국 신내림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정호근의 할머니는 대전 지역에서 이름 깨나 떨치던 무당이었는데요, 그래서 정호근의 누나들도 신병을 앓은 경력이 있다고 합니다.

MBC

정호근은 신내림을 받기 전에도 동료 연예인들에게 유난히 촉이 좋은 연예인으로 손꼽혔습니다.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후배 배우에게 "너한테서 영안실 냄새가 난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당시엔 '문상 다녀온 적 없다'고 말했던 후배가 나중에 따로 만나 "배우가 되기 전에 장례식장에서 죽은 사람 염하는 일을 했었다"고 입을 연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한 번은 촬영장에서 차로 돌아가는데 나무에 여자아이가 앉아있는 걸 보고 코디네이터에게 이야기 했더니 최근 그 나무에 목 매달아 자살한 사람이 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해 듣는 이들을 소름 끼치게 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보낸 아이 둘... "내 탓 같아"

채널A

2022년 7월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한 정호근은 "몸이 너무 피곤하다. 아픈 사람을 다 느끼기 때문. 토할 정도로 역한 기운을 느낄 때도 있다"며 무속인들만의 남모를 고충을 전했습니다. 이어 "들어주는 직업이다보니 스트레스 분출할 수 없는 것도 스트레스"라며 많이 지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상담을 업으로 하는 오은영 역시 공감한다는 듯 그를 위로했습니다.

이후 신내림을 받게 된 사연에 대해 조심스레 묻자 정호근은 "어느 날 촬영장에서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는데 연기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덜덜 떨었다"며 "내가 잘 못하면 배우에서 잘릴 것 같아 이를 악물고 티 내지 않으려고 했다"고 참아왔던 세월을 회상했습니다.

채널A

꾹 참다가 신내림을 받은 이유에 대해선 "내가 거부하면 나는 신한테 발길이 차이고 밑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내 자식이 신을 받아야 한다면 내가 모시겠다고 했다"고 밝히며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엎드리며 신내림을 받고 오늘까지 오게 됐다"라고 조심스럽게 답했습니다.

이어 그는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더 신내림을 자식들에게 물림할 수 없었다"며 자식을 지키기 위한 부모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 정호근은 자식 둘을 잃은 사연까지 전해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채널A

그는 "첫째 딸과 막내 아들을 먼저 하늘로 떠나보냈다"며 "미숙아로 태어나 폐동맥 고혈압을 앓았던 큰 딸은 생후 27개월 만에 하늘로 가고, 막내는 쌍둥이로 태어났는데 미성숙아로 3일 만에 내 품에서 떠났다"고 말하며 눈물로 지새웠던 세월을 전했습니다. 

정호근은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것도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느 날은 큰 딸이 너무 그리워 나도 죽어야겠다, 이대로 못 살겠다 싶은 적도 있다"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밝혀 출연진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세 아이들과 아내를 미국으로 보내고 20년째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정호근은 "신병은 엄청난 고통을 동반한다. 피폐해진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며 "아이들에게 신내림이 옮겨갈 것도 걱정돼 미국으로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무속인은 출연금지" 꿈도 잃고, 동료도 잃었다 

채널A

계속해서 아빠 정호근이 아닌 '인간 정호근'에 대한 질문에 그는 "배우시절엔 날아 다녔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광개토대왕'을 꼽는 한편 "더 인생을 녹여낸 연기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는데..."라며 아쉬워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어 배우와 무속인의 삶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이냐고 묻자 "다시 태어난다면 많은 사람들의 삶을 전하는 배우로 살아보고 싶다. 나 연기 잘하는데"라면서 "배우 생활 30년 넘게 하다가 어느 날 신내림 받고 무당이 돼라는데 기가 막힌 일이다. 무속인 삶 이후 드라마가 내 인생에서 삭제됐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안겼습니다.

그러면서 드라마에서 자신을 안 부르는 이유가 직업 때문이라며 "무속인은 드라마에 출연금지라는 조항이 있다더라. 앞으로 드라마에선 연기하기 힘들거란 얘길 들었다"고 체념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채널A

배우 동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입을 연 정호근은 "어느 날 갑자기 인간관계가 끊겼다. 전화를 해도 동료들이 받지 않더라"며 "자연스럽게 홍해 갈라지듯 지인들이 사라졌고 허허벌판에 홀로 남았다"고 외로움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직업이 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아야하냐"며 토로하는 그에게 오은영은 "다수와 다른 소수는 비이상적인 시선으로 보게 된다"며 무속인 집단이 소수이기에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유튜브채널 '푸하하TV'

현재는 무속인으로서 신당 '대명원'을 운영하고, 유튜브채널 푸하하TV의 '심야신당'을 진행하고 있는 정호근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정호근 선생님 팬입니다~ 늘 응원합니다", "연기활동도 재개되시길...", "정호근님 덕분에 무당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직업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어요! 넘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실제로 상담 받으러 갔었는데 마음이 평온해졌어요", "무속인이랑 연기가 무슨 상관이라고;;"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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