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인까지 도용했는데 몰랐다”...횡령액만 700억원대 '은행'의 충격 정체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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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사에서 지난해 배임이나 횡령 등 금전 사고액이 11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역대급 실적으로 금융권에서 고액 성과급이 지급돼 논란이 됐는데 정작 내부통제는 부실했던 것입니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횡령액이 700억원대에 달했습니다.

 

작년 금융회사 사고규모 1100억…우리은행서만 701억원

 

2023년 3월 27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사의 금전사고는 49건에 총 1098억2000만원이었습니다.

윤창현 의원실
윤창현 의원실

이 중 횡령이 30건에 814억2000만원, 배임이 5건에 243억6000만원, 사기가 12건에 38억7000만원, 도난이 2건에 1억1000만원이었습니다.

업권별 금전사고를 보면 은행이 28건에 897억6000만원으로 건수나 금액 면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뒤를 증권이 6건에 100억7000만원, 저축은행이 6건에 87억1000만원이었습니다.

각 사별로 보면 우리은행은 횡령 유용 5건에 701억3000만원의 사고가 났습니다. 이 회사 직원은 비밀번호와 직인까지 도용해 무단으로 결재 및 출금하는 등 6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횡령했습니다.

또 KB국민은행은 배임 1건에 149억5000만원, 신한은행은 사기 3건에 3억2000만원, 횡령 유용 4건에 3억원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증권사의 경우 하나금융투자가 배임 2건에 88억1000만원, 삼성증권이 사기 2건에 7억9000만원, 보험사는 KB손해보험이 횡령 유용 1건에 6억3000만원, 카드사는 KB국민카드가 횡령 유용 1건에 1000만원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저축은행의 경우 예가람저축은행과 고려저축은행이 각각 사기 1건에 6억3000만원과 2억원의 사고를 냈고, 모아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각각 횡령 유용 1건에 58억9000만원, 15억4000만원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 사고 등 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은행 지주그룹 전반의 내부통제 체계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은행 직원 700억 횡령사건, 책임은 누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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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우리은행 직원은 8년간 697억 원을 횡령했습니다. 횡령직원은 팀장이 자리를 비웠을 때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인 OTP를 무단 도용하여 결재서에 결재한 후 외부 공문을 거짓으로 제작하여 은행장의 직인을 받은 후 출금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그는 2012년 6월 A사의 출자전환주식을 무단 인출하여 23억 5,000만 원을 챙겼습니다. 직원은 이 돈을 동생 증권계좌에 넣었다가 또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대우일렉트로닉스와 관련이 있는데요,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하여 관리했던 곳입니다. 
 

엉망인 우리은행 내부 시스템, 무단결근도 몰라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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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에서는 해당 직원의 범죄행위가 주원인이지만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도 미흡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누가 봐도 허술해 보였습니다. 이 직원은 2019년 10월부터 파견근무를 허위로 보고하여 약 13개월간 무단결근을 하였습니다. 직장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텐데 파견근무 승인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전 보고와 대외기관으로부터 공문, 팀원 인수인계까지 모두 완료되어야 하는데 우리은행에서는 이 모든 내부 절차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기간이 1년을 넘어가는데요.. 그만큼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한 부분입니다.

이쯤 되면 직원의 연차가 궁금해지는데 이 직원은 한 부서에만 10년을 근무했으며, 본점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입니다. 대충 계산되지 않습니까, 금감원 관계자도 검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확인했으나 우리은행은 전혀 몰랐다며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원래 이 부서가 파견근무가 잦아서 모를 수 있는 거 아니냐! 생각하실 수 있는데 다른 은행에서도 비슷한 부서를 운영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우리은행은 통장 및 직인 관리자를 분리하지 않았고 대내외 문서 등록 절차 역시 부실하게 관리하였습니다. 횡령 문서에 결재를 받아서 실행에 옮긴 거도 너무 웃긴데 이 4건 모두 전자결재가 아닌 수기결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수기결재문서라 사전 점검과 사후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700억 사건 금감원은?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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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700억 횡령사건은 금액도 금액이지만 내부 통제 시스템 역시 문제가 많았기 대문에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내부통제 제도 개선 관련 TF를 만들어서 운영 중이고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감독원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감독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올리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의원이 횡령사고가 반복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했는데 이에 김위원장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조직에서는 있기 힘든 일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횡령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입니다. 횡령금액을 다시 돌려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미 여러 차례 은행 횡령에서 증빙되었죠. 금감원에서는 우리은행 700억 횡령직원과 관련된 임직원을 모두 법규와 절차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또 꼬리 자르는 분이 생기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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