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시받았다" VS 행안부 "안했다"...'대피경보 오발령' 소름돋는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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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경계경보 오발령’ 재난문자로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서울시와 행정안전부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31일 오전 6시41분오발송된 ‘대피 준비’ 경계경보 발령 위급재난문자에 대해 행정안전부의 요청으로 이를 발송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서울시에 문자발송을 요청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2023년 5월 31일 시 관계자는 "행안부 제1민방위경보통제소에서 서울소방재난본부 민방위경보통제소로 북한 미사일 발사체 관련된 내용을 통보했다"며 "민방위경보통제소에서 재난문자 발송 요청을 해왔고 시에서 승인해서 발송됐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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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행안부 통보 내용 중 재난문자 발송 등이 포함됐는지는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행안부는 이날 서울시의 ‘경계경보’ 발령과 관련해 "오발령은 행안부 요청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며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행안부 측은 "경계경보 발령은 서울시에 요청 없이 행안부에서 직접 발령하면 된다. 서울시에 경계경보 발령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경계경보를 잘못 울린 건가? 아니면 면피를 위한 거짓말인가?

 
국민재난안전포털
국민재난안전포털

북한이 2022년 5월31일 오전 6시경 서해상으로 발사체를 쐈습니다. 북한은 정찰위성이락고 주장하고 나머지 국제사회는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그것입니다. 오전 6시32분 합참은 언론에 "북, 남쪽 방향으로 우주발사체 발사"라는 내용을 통보했습니다. 앞서 6시29분 행정안전부는 백령도 지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서해상으로 북한의 발사체가 비행하기 때문에 혹시 모를 추락 또는 폭발에 따른 파편 낙하 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위성 발사라고 해놓고 탄두가 실린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비행체의 경로와 폭발시 파편 낙하 반경에 들어있는 지역은 경계경보를 발령하는 것이 상식에 비춰 타당합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오전 6시41분 재난문자를 발송했습니다. "오늘 6시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서울시민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습니다.

7시3분 행정안전부가 재차 서울 지역에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했습니다. 내용은 "서울특별시에 발령한 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었습니다. 7시25분에는 서울시가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재차 내보냈습니다.
 

책임 전가 또는 무지

 
서울시청 홈페이지
서울시청 홈페이지

굉장히 혼란스러웠던 오전이었지만 이후 상황은 더 가관이었습니다. 서울시의 재난문자 오발령과 관련해 비난여론이 들끓고 언론의 책임 가리기 시도가 이어지자 서울시 안전총괄실은 <위급재난문자 발송 경위>라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서울시는 "오전 6시30분 행정안전부 중앙통제소에서 아래와 같은 지령방송이 수신됨"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령방송은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고 돼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 지령방송의 내용에 따라 경계경보를 발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기 전에는 우선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상황 확인 후 해제하는 것이 비상상황 시 당연한 절차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경계경보를 발령한 적도 없으면서 오발령 사실을 면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의 지적을 의식한 듯, "서울시는 7시25분, 상황 확인 후 경계경보 해제 문자를 발송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의 주장을 요약하면 ‘행정안전부가 자체 판단해 경계경보를 발령하라고 했고, 저희는 상황이 파악되기 전에는 우선 경계경보를 발령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는 것입니다. 과연 서울시의 이 주장은 사실일까?

검증해보니... 군 요청이 있어야 민방공 경보 발령 가능

 
국민재난안전포털
국민재난안전포털

이번 혼란을 일으킨 재난문자와 서울 일부 지역에 울린 사이렌은 민방공경보 입니다.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아래 사진 참조)을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그렇다면 민방공경보는 누가 발령 권한을 가질까?

행정안전부 예규 <민방위 경보 발령·전달 규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제6조(민방공 경보의 발령) ① 행정안전부장관은 공군사령관(권한을 위임받은 자를 포함합니다. 이하 같다)으로부터 민방공경보의 발령을 요청받거나 민방위훈련을 위해 필요할 때에는 민방공경보를 발령합니다.

②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이하 "시·도지사"라 한다)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지역 군부대장으로부터 일부지역에 민방공경보의 발령을 요청받거나 민방위훈련을 위해 필요할 때에는 민방공 경보를 발령합니다.

③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시행령」 제2조에 따른 접경지역(이하 "접경지역"이라 한다)내 읍·면·동장은 지역 군부대장으로부터 일부지역에 민방공 경보의 발령을 요청받았거나 공습상황이 발생한 경우 민방공 경보를 발령합니다.

행안부장관과 지자체장이 민방공경보를 발령하는데, 군의 요청이 있어야만 발령할 수 있습니다. 군의 요청 없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민방공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서울시는 행안부 중앙통제소의 지령방송을 근거로 자체적으로 경계경보를 발령했다고 하지만 이는 규정과는 동떨어진 조치로 보입니다. 서울시는 자체 판단으로 민방공경보를 발령할 권한이 없습니다.

서울시 경보전달 계선에 있는 누군가가 심각한 착오를 일으킨 것입니다. 행안부는 백령도에만 경계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이후 전개에서도 민방공경보 발령권자인 행안부는 "서울특별시에 발령한 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고 재난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군부대요청과는 부관하게 "자체판단" 운운하며 정당한 조치였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싫어하는 가짜뉴스, 서울시가 책임질까

 
민방위 경보 발령·전달 규정 별표6/ 행정안전부
민방위 경보 발령·전달 규정 별표6/ 행정안전부

결과적으로 서울시는 가짜뉴스를 생산해냈습니다. 책임있는 사람들에 대한 납득할만한 문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방위 경보 발령·전달 규정>은 오경보 발령시 해명방송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황별로 가이드라인도 준비해놓고 있습니다. 이번 경우는 ‘기타 상황’에 해당됩니다.

앞쪽의 ㅇㅇㅇ에 들어갈 말을 서울시입니다. 두번째 ㅇㅇ에 들어갈 말은 뭘까? <서울시 경보발령 담당자의 착오>, <서울시 경보발령 담당자의 월권>, <서울시 경보발령 담당자의 무능> 선택은 여러분이 하시길 바랍니다.
 

실제상황이었다면....

미사일이 날아오는 실제상황이었다면 정말 아찔합니다. 그러나 대비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일단 여러분의 집과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대피소를 찾아봅시다. 자녀들은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훈련받은 대로 대피합니다. 어린이, 청소년은 오히려 덜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배운대로 대피하니까!) 가장 가까운 대피소는 <국민재난안전포털 - 민방위 - 비상시설 - 대피소>에서 검색할 수 있습니다.

해당 소식에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전쟁이 나면 다들 이렇게 재난문자에 두리번거리다가 다 죽는 것"이라면서 "안내도 훈련도 없어서 덜덜 떨다가 끝나겠다"고 했습니다. 트위터에서도 "무의미한 대피 경보로 공포감만 조성한 데다가 서울시랑 행안부 손발도 안 맞았다. 이 정도로 무능할 수가 있나 싶다. 국민 안전에 치명적이지 않나"라는 게시물이 1500회 넘게 리트윗됐습니다. 이날 오전 트위터 트렌드 키워드는 ‘경계경보’ ‘오발령 문자’ ‘오발령 XXX’ 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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